친구야
내 머릿속 어느 공간에
종말을 찍어두었던 필름이 저장돼 있기라도 한 듯
삶에서 조금씩 끝의 냄새를 맡아 본다.
느릿느릿 매듭이 풀어지는 느낌을 중년의 허리 꺽음에서
이미 날리고 없는 냄새를 찾아보기도 한다.
절대적이라는 단어를 적용시킬만한 것을 찾지 못한 가슴은
가끔 흐린 날에 허우적 거리기도 하지만
이내 쓴웃음이 가슴을 토닥거려 재우고 만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세상에서 마치 끝을 봐버린 듯.
더는 바라볼 게 없음을 가슴은 시리게 알려주며 잠을 자라해버린다.
한번 떠나버린 것 들은 무엇이든 가속도가 붙어
뒤돌아 볼 틈도 주지 않고 떠난다는 것을
삶의 언덕배기에 앉은 중년은 모든 것에서 시선을 거둬들이며 눈을 벌겋게 만들고 만다.
중년은 열어봐선 안 될
금지의 문앞에서 침묵과 더듬거림에 몸을 떨게도 했다.
삶이 하나의 무늬로 남기 위해선
추억으로 건너갈 다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알지도 못한 길에 서 있었는지도.
찾고자 하는 것은 하나도 보지 못한 채 그렇게 버벅거렸는지도 모르겠다.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설령, 남는 게 있다면 행여 있다면 눈을 감고 싶다.
난 친구의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말은 그리움"이란 것을
느낌,또 하나의 느낌을 찾으며 난 살아간다.
(글을 너무 잘써서 내가 소설가 되라고 말했던 여자 친구가 보낸 메일 중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