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군 장성읍 황룡 오일장 파 할 때면
털실로 짠 짙은 핑크 빛 쉐타 아이보리색 목도리 얼굴까지 두르고
오남매 먹거리 보자기에 싸서 머리에 이고 황룡강 다리를 건널 때면
매섭고 모진 겨울바람은 애 타는 모성의 앞을 막는다.
긴 강뚝 길을 걸어서 종종 걸음 제촉 할때면 가슴을 훼 집고 들려 오는
아들의 울음소리에 모성은 애 간장이 탄다.
빈 젖 밤 새 빨아 헤어져 피가 철철 흘러도
거절 한번 못 하고 모성은 긴 밤을 눈물로 지새운다.
늦 추위 살을 애던 음력 정월 스무 이튼날
토방에 털신 곱게 벗어 놓고 저 신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모성은 죽음을 생각 한다.
세시간 목숨 건 사투 끝에 떡 두꺼비 같은 아들 낳고
해산의 고통도 잊은 채 장군감 낳았다고 모성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짖는다.
자주색 비로도 한복 곱게 차려 입고
콧 선이 오똑선 버선에 새 하얀 고무신을 신으면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 왔었다.
추운 겨울날 빨랫감 머리에 이고
쉐타 주머니에 두손 넣고 아슬 아슬하게 눈길을
걸어 가던 어머니는 곡예사 였다.
맑은 얼음을 깨고 손이 얼어 버릴것 같은 냇물에
차가움도 잊은채 빨래 하던 어머니 손은 얼마나 시러웠을까?
막내 동생 잘못하면 매 들고 몇 발자국 쫓아 가다 말고
내가 잘못해서 도망가면 읍내 장터까지 쫓아 오셨던
어머니는 정말 모질고 미웠다.
셋째 아들과 함께 살것이라고
늘 웃으시면서 말씀 하시던 나의 어머니는 지금은 내 곁에 없다.
파킨스씨 병의 포로가 되어
3년 세월 거동 못하시고 누워만 계시다가 낙엽지던
어느 가을날 어머니는 천국에 가셨다.
처음 교회에 나오시던 날 손을 꼭 잡고 한없이 울던 나를 보시고
"그렇게도 좋니?
네가 그렇게 좋아 할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나올 걸 그랬다"
모진 병과 싸우시면서도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자식들을 미워 하지 않으시고
찬송가 88장을 혼자 부르시며 천국을 소망 하셨던 나의 어머니.
돌아 가신날 밤 영정 앞에 잠이 들었었는데
꿈에 자주색 비로도 한복을 곱게 입은 어머니는 두 천사와 함께
훨훨 날아서 천국 문으로 들어 가셨다.
다시는 아픔이 없고 슬픔이 없고 눈물이 없고
악하고 더러운것이 하나도 없는 영원히 영원히 기쁨만 있는 그 곳에서
어머니는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03.5.8 어버이날에 보고싶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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