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무명시 모음

술/채홍조

비Rain 2009. 7. 31. 22:01

 

 

 

 

 

 

 

 

 

 

 

 

 

술 / 채홍조


순도 25도 알코올의 향기
갈 之(지)자로 흔들리는 세상
비몽사몽 混沌(혼돈) 의 수레,

어지러운 視野(시야)
하얗게 마비되는 이성
또 다시 시작되는 (狂亂)광란
폭풍의 파도는 제 멋대로 춤을 춘다

악마에 팔아버린 영혼은
이미 그의 주술로 움직이는 것
새까만 하늘에 별들이 떨어지고
하얀 의식이 날카롭게 돋아난다

가슴을 짓누르는 침묵
혈관의 백혈구는
초비상 경계태세
말초신경으로 집결하고
온 몸의 세포가 가시처럼 발기하며
공허한 腦(뇌)는 까맣게 타들어 간다

울컥 목 울대로 넘어오는
뜨거운 불덩이 하나
목젖으로 꼭 눌러 가슴에 담고
파란 힘줄 선 주먹만 파르르 움켜진다

팽창한 가슴은 절망의 고지에 오르고
四圍(사위)는 암흑 속에 정지한다
이쯤에서 연기처럼 사라지는 自我(자아)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