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여행·일상)
비가 내리는 금요일 신촌의 밤
비Rain
2013. 9. 16. 20:38
비가 내리는 금요일 신촌의 밤/비(Rain)
마포에서 친구들을 만나
막걸리를 한잔 마시고 헤어진 뒤 우산을 쓰고
무릎에 구멍 난 빛바랜 청바지 바짓가랑이를 약간 접고 신촌까지 걸었다.
신촌 로터리 어느 카페 문밖에 내놓은 노란 국화꽃이 예쁘다.
진한 가을 냄새가 났다.
국화꽃의 진한 향기를 가을비도 삼키지 못했다.
비에 젖은 꽃잎에서 향기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에 Dana Winner
잔잔하게 들려오는 Stay with me till the morning.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창 넓은 창가에 앉았다.
탁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잔잔한 음률속으로 빠져 들었다.
한참 후 눈을 떴다.
살면서 좋다고 맘에 든다고 다 사랑하면 어떻게 되겠니.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도대체 몇 명이나 사랑할 수 있을까.
한 모금씩 마신 헤이즐넛 커피 향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휘감고 흐른다.
오늘은 불금이 아니라 비에 젖은 금요일이다.
막걸리에 취하고 국화 향에 취해 음악에 취해 헤이즐넛 향에 취해
사랑해선 안 되는 사람 생각에 취해 카페를 문을 나섰다.
한 참을 걷다가 시계를 보니
밤 열한 시.
비가 내리는 금요일
신촌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