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나리/비(Rain)
그리움에 멍든 가슴은
바람만 불어도 소스라치듯 놀란다.
아물지 않은 상처 때문에 다가갈 수 없어서
다 타지도 못하고 꺼져가던 사랑은
서러운 눈물에 젖어 연기만 나는 초라한 희나리었다.
멀리 바다 건너 전화기에서만 들려 오던 목소리가 내 눈앞에서 들리던 날.
너를 꼬옥 껴안은 순간
머리는 이래서는 안된다면서도 가슴은 너의 진한 향기에 포로가 되었다.
만나기도 전에 이미 내 가슴에 이별을 새겨 놓고
너의 가슴에 더 큰 아픔의 대 못을 박던 날.
죽을때까지 그리움이라는 형벌을 받을거라 생각 했었다.
오늘밤도 그리움은
어둠이 깔리는 종로와 청계천의 경계를 연신 넘나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