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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정도전', 정통사극인데 지금 우리 얘기 같다

 

[OSEN=권지영 기자]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4일 방송된 '정도전' 34회가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8.4%이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시청률 20%대 돌파를 눈앞에 둔 것.
현재 '정도전'은 역성을 주도하는 킹메이커 정도전(조재현 분)과 이성계(유동근 분)가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이들을 저지하려는 정몽주(임호 분)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극은 최고의 몰입도를 발휘하고 있다.

 

매회 굵직한 배우들의 명연기는 불꽃 튀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여말선초 혼란스러운 시국이 배경인 극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정치가의 모습, 또 뇌리에 꽂히는 대사들이 귀를 잡아끈다.

#조재현-유동근-박영규, 시선 강탈자들
타이틀롤 정도전 역 조재현은 물론이고,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 이성계 역 유동근과 고려의 권문세족 이인임 역 박영규,

충신 정몽주 역 임호 등 굵직한 배우들의 명연기는 숨 막히는 몰입도를 발휘한다.

썩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며 강렬한 눈빛을 내뿜는 조재현과,

묵직한 존재감으로 사투리 연기를 펼치는 유동근, 또 악역이지만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했던 이인임 역의 박영규,

유약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강직한 충신 정몽주를 연기하는 임호 등의 배우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연기력 하나로 승부를 보고 있다.

특히 박영규는 이인임 역을 통해 그간 큰 인기를 끌었던

시트콤을 통한 코믹한 이미지를 모두 날려버리고 서슬 퍼런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카리스마와 구더기를 먹는 연기,

죽는 장면에서조차 꺾이지 않는 기개 등을 표현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우왕 역 박진우도 고려 최대 출생의 미스터리를 안고 있는 인물답게

시종일관 광기를 내뿜으면서 강렬하게 퇴장하는 등, 모든 인물들의 내공이 폭발하고 있는

'정도전'은 눈 돌릴 새 없는 쫀쫀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입만 열면 명대사, 귀에 쏙쏙 박힌다
'정도전'에는 여느 드라마보다 명대사가 풍성하다.

허세 가득한 대사가 아닌, 극의 흐름과 맞아 떨어지면서 포인트를 짚는 짧고 간결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해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명대사는 방송 이후에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만두 한 쪽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자는 만두 접시를 노리지 않는다".

"구걸에 맛을 들린 자는 절대 대들지 못한다",

"힘 없는 자의 용기만큼 공한 것도 없지요. 세상을 바꾸려면 힘부터 기르세요",

"정치엔 선물이라는 것이 없네.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주는 뇌물만이 있을 뿐",

"정치하는 사람에겐 딱 두 부류의 인간만 있다. 하나는 적, 다른 하나는 도구",

"공짜도 반복되면 권리가 되는 것이지요" 등의 이인임표 대사는 반박이 불가하면서도 곱씹을 수 있는 대사로 시청자에 묵직하게 다가온다.

또 혼란한 여말선초 배경이 현 시국과 들어맞는 듯한 상황을 자주 연출하면서

극을 통해 현상황을 투영하게 해 몰입도를 높이며,

정치가들의 교묘한 기싸움과 이들의 처세술이 배울점까지 제공하고 있다.

현대 정치 상황과 맞닿은 내용을 다루는 극의 내용에 대해 강병택 PD는 "외압은 전혀 없다.

하지만 잘못 그리면 오용될 수 있겠다는 우려는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드라마 아닌 드라마 같은 '정도전'
'정도전'은 출범 당시부터 MBC 인기 퓨전 사극 '기황후'와 비교됐다.

'정도전'은 퓨전 사극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창작의 자유와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역사를 심하게 왜곡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인지한다며 '정도전'은 정통 사극의 길을 걷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같은 제작진의 노력에 '정도전'은 드라마 말미 역사 다큐멘터리를 붙이는 파격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역사왜곡 없는 청정 드라마를 표방한 '정도전'이 역사적 팩트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그것에 대한 고증을 실제 시청자에 소개하는 것으로, 시청률에 구애받지 않은 '정도전'의 뚝심이다.

역사책을 읽는 듯,

역사왜곡 없이도 여말선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담백하게 담아내며

속도감 있는 전개 위에 펼쳐지는 배우들의 명연기로 빈틈을 주지 않는

'정도전'은 칼보다는 명분을 내세운 정치 싸움이 이토록 큰 긴장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매회 일깨우며 현 정치를 되짚어 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있다.(다음에서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