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전상서/비(Rain)
이쁜 가을이 곱게 익어 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익어가면 갈수록 가슴이 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움이 깊어지는 이유겠지요.
선생님!
언젠가 가슴에 저며 드는 선생님의 그리움의 시에 반해
어떻게 하면 그런 글을 쓸 수 있느냐고 묻는 저에게 그냥 아무나 용기를 내서 쓰기 시작하면 다 쓸 수 있다고
한번 써 보라던 말씀에 용기를 내어 저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선생님 시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몰라도
제게는 갈 길이 정해진 후에 다가온 사랑을 외면해야만 했던 아픈 가슴을 달랠 수 있는 은혜였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미치도록 보고 싶은 그리움을 글로 표현도 해보고
활짝 펴 보지도 못하고 초라하게 져야 했던 그여인의 서글픈 사랑도 글로 써 보고
바보처럼 망설이다 그리움을 선택해야만 했던 초라함도 글로 표현했었습니다.
때론 남들처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여 불살라 버리지 못한 사랑을 원망하며 이 시대의 광대인 양 바보처럼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제 글을 읽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궁금증은
여자도 아닌 남자가 도대체 어떤 여자이기에 저리도 가슴에 품고 긴긴날을 아파하며 그리워하느냐고
이제 바보처럼 굴지 말고 그 지긋지긋한 그리움 좀 내려놓고 다른 사람을 사랑해 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그리움이 퇴색되어 가는지 시심이 메말랐는지
영 글을 쓸 수가 없어서 전에 써 놓았던 글만 퍼다 올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글을 좀처럼 쓰지 않으시던 선생님께
왜 글을 쓰지 않느냐는 제 질문에 허허 웃으시면서
한번 써 보라고 그렇게 글을 쓰기 어려울 때가 온다고 하시던 선생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요즘은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많이 읽고 있는데 그분들 시를 읽으면서 더 자신감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 창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이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
막걸리 한잔 사달라는 제 부탁을 흔쾌히 받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 정말 막걸리 마시러 가렵니다.
가을이 익어 가는 밤에 가슴을 열어 놓고
정지되어 버린 시심을 하얀 막걸리로 적시며
가슴속 말 못 할 언어들을 토설하고 돌아오면 시심이 되살아날 것만 같습니다.
그날이 기다려 집니다.
꼭 뵐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비/Rain 2011.10.03 20:52)
낙엽이 이별을 준비하는
2011년 어느 가을밤에
비/Rain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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