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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여행·일상)

혼자만의 여행

(내가 태어나서 자란곳)

 

 

난 봄이면

일년에 한번씩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

말이 여행이지 어릴적 고향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래도 코흘리게적 추억이 살아 숨쉬는 고향 방문은 남다른 의미와 설레임이 있다.

 

소풍날 받아 놓은 아이처럼 잠을 자는둥 마는둥

4월18일 아침일찍 일어나 차를 점검하고 세차를 하고 고향으로 달린다.

아무도 반겨 주는이 없어도 얼마나 설레이고 신나는 일인지.

고향 가는길엔 셀레이고 신이나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내가 태어나서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살던 장성군 기산리 부동의 작은 고향 마을을 찾는 것이다.

친구들은 지금은 중년이 되어 다 도시로 나가 살지만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웠던 어린시절

그래도 순수함과 진실이 살아 있던곳! 언제 가 보아도 어머님 품 같은 착각이 든다.

 

 

(오일장날이면 학교 파하고 갔던 변해 버린 황룡장)

 

 

둘째는

코흘리게적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읍내와 광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요번에도 상두와 연식이 그리고 광수와 기수를 만났다.(가명)

부쩍 늙어 버린 친구들 눈가에 주름이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광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광수는 딸이 셋이다.막내딸이 9살이라는데 정말 귀엽고 이뻤다.

광수는 아이들이 어려서 언제 키우냐고 걱정이지만 아이들이 다 성장한 나로써는 너무나 부럽다.

저런 작은 여자 아이 한번 키워 봤으면 얼마나 좋을까~

 

술을 안먹는것을 알면서도 오랜만에 만났으니

자기는 소주를 마실테니 복분자 딱 한잔만 하라는 친구의 꼬임에 빠져 복분자 한병을 다 마셔 버렸다.

안먹던 술이라  그런지 무지 취기가 돌았다.어린시절 싸우던 이야기.등하교길 일들.....

추억을 풀어 놓고 있는 사이 밤12시가 다 되어 버렸다.

다음을 기약하고 한잔 더 하자는 친구를 뿌리치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85세 아버님)

 

 

셋째는

아버님께서 태어나셔서 둘째 형님을 낳을때까지 사셨던 아버님 고향인 영광을 방문하는 것이다.

매년 4월이면 행해지는 나 혼자만의 여행은 함평 선산에 모셔진 조상님들 시제 모시는데 있다.

시제를 지낼때마다 기독교인 인 나는 집안 어르신들의 조상묘에 절을 해야한다는 성화에

시제에 참석하지 않았었는데 큰형님의 귀뜸에 4년전부터 용기를 냈었다.

 

울 아버님이 85세이니까 웃 어른들은 돌아 가시고 당숙이 시제를 집행하는데 세대가 바뀌어서

이제는 절하라고 강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4년전부터 시제에 참석하여 기도로 조상님들의 은혜에 감사하고 있다.

 

당숙께선 70이신데 그시대에 대학을 나오시고 젊은 세대를 아주 많이 이해하시는듯 했다.

 

시문을 낭독하시고"자 이제 절하실분은 절하시고 기도하실분은 기도 하세요"

기도를 하다 살짝 눈을 떠 보았더니 30여명중 절반은 기도를 하고 있었다.

우리 집안도 반은 구원을 받은 셈이다.

 

 

(선산에 핀 보라색꽃)

 

 

복분자주 한병을 다 마시고 취해서 돌아온 나는

다음날 친구와 담양에 가서 대나무숲 식당에서 대나무밥에 대나무 삽겹살을 먹고

대나무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메세콰이어 길과 소쇄원을 가기로 했었는데 다 취소를 하고

점심도 거른채 토요일 하루 종일 호텔방에서 혼자 잠을 잤다.

 

얼마나 잠이 밀려 오는지 그동안 사업하느라 지친 심신을 내려 놓고 깊은 잠을 잤다.

전화를 안받으니까 친구가 걱정이 되어서 저녁에 호텔로 찾아와서 깨어 보니 밤8시였다.

도대체 몇시간을 잔거야~ㅎㅎㅎ

 

혼자 여행하는 묘미중에 하나는 아무도 없는 나만의 방에서 밀린 잠을 잔다는 즐거움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모른다. 

친구가 와서 대뜸그런다 "잠 잘때가 없어서 고향까지 와서 하루종일 잠만 퍼 자느냐" 도대체 이해할수 없다고.ㅎㅎㅎ

"그래 너는 서울을 떠나 그것도 고향에서 깊은 잠을 자는 묘미를 도대체 이해할수 없을거다"라고 반문한다.

 

친구가 사주겠다는비싼 저녁을 뿌리치고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김치찌개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호텔 옆에 있는 허름한 식당으로 친구의 팔을 끌고 들어 갔다.

돼지고기를 듬뿍 썰어넣고 짜갈 짜갈 찌그러진 양은 냄비 끓여주는 김치찌게는

가난하던 어린시절 어쩌다 장날이면 저녁상에 올라오던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그 김치찌게와 너무나도 맛이 똑 같았다.

그래서 나는 요번에도 그 김치 찌게만 세번을 먹었다.ㅎㅎㅎ

 

김치찌게를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고 있는 나를 보면서 친구가 그런다

"너는 김치찌게 먹으라고 고향에 왔느냐"고 도대체 이해할수 없다고 말 하길래 내가 이렇게 대답을 했다.

"서울 촌놈이 고향까지 와서 이 김치찌게만 먹는 이유를 니가 어찌 알겠느냐 내가 내년에 오면 말해줄께"했더니

"키 크고 싱겁지 않은 넘 없다더니 정말 그런네" 한다.

 

저녁을 먹고 친구 기수는 돌아가고 나는 호텔로 돌아 왔다.

티비를 보다가 잠이들었다.다음날 아침6시에 일어나 샤워를하고

백운동에 있는 광주 순복음교회에 가서 7시 예배를 드리고함평 선산으로 향했다.

 

(해안도로에서 본 꽃과바다

 

      

30여명의 친척들이 먼저 와 있었다.

11시에 드려진 시제는 2시간여만에 끝이 났다.

점심을 먹는데 당숙이 한말씀하셨다.요번 영광 군수 보궐선거에 당숙의 막내동생이 출마를 했단다.

통합민주당 공천을 받을지 모르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가능성이 있단다.

친척들 만나면 명함을 전해 주면서 찍어 달라고 부탁하라고 명함을 나에게도 몇장 주셨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무너진 사토를 삽으로 다독이고 선산 양쪽 맨땅에 한시간여 걸쳐서 잔디를 심었다.

 

 

(백수면 해안도로 365계단 정상에서)

 

 

모든 행사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서울에선 온 형제들만 남았다.

큰형님이 이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백수면 해안도로로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을 하신다.

우리는 차2대에 나누어 타고 백수면 해안도로를 타고 원불교 성지 법성포를 거쳐 다시 영광 읍내로 와서 저녁을 먹고

밤12시가 조금 못되어서 서울에 도착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버린 즐거운 여행이였다.

 

나는 "김해 김씨 감무공파 21대손"이다.(끝ㅎㅎ)

 

 

 

(해안도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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