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데이트/비(Rain)
오늘은 아내가 오랜만에
저녁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나만의 저녁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30대 중반에
사업의 어려움과 방황으로 몇년 힘든 기간을 보내고
삶을 사업 중심이 아닌 가정 중심으로 바꿔야 겠다고 맘을 먹고
저녁은 무슨일이 있어도 가족과 함께 외식이나
집에서 먹겠다고 결심한지 벌써 십여년이 흘러갔다.
동창회나 친구들
친목 모임이 있을때를 제외 하곤
일찍 퇴근해서 저녁은 꼭 집에서 아내와 함께 먹는다.
그리 해주는 것을 아내가 얼마나 좋아 하는지.
어떤날은 아내가 무지 피곤해 보이면 설것이를 해주면 정말 너무너무 좋아하면서
쇼파에 누워서 팔 다리를 막 흔들며 춤을 춘다.
남편들이여!
아내는 아주 가끔이라도
설것이를 해주는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 한다.ㅎㅎㅎ
술을 좋아 하지 않는 나는
아내가 오늘처럼 약속이 있는 날엔 집에 혼자 있게 된다.
무얼할까 생각을 하다가 딸래미 한테 전화를 했다.
"박사님 어디 계세요?"
"아빠! 저 지금 퇴근해서 집에 갈려고 버스 탈려구요"
"박사님 오늘 저하고 데이트 어때요" 했더니 그러잰다.
집에 와서 옷을 갈아 입고
딸래미와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갔다.
여름철 주말이면 아내와 가끔 축구장을 가곤 했었는데
오늘 아내와 축구 보러 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아내 친구가 갑자기 전화와서 만나자고 하는 바람에 약속이 깨져버렸다.
차를 지하 주차장에 파킹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 가는데
딸래미가 팔짱을 끼면서 이리 말한다.
"아빠 우리 누가 불륜으로 보면 어떻해?
내가 말했다 "보래지 뭐 아니면 되지 뭐" 했다.
그래서 내가 "아빠가 젊어 보여" 하고 물었더니
"그럼 아빠 머리가 약간 대머리라 그렇지 모자 쓰면 무지 젊은 오빠 같애"
"그래~"
그리고 둘이 팔짱을 끼고 딱 붙어서 막 웃었다.ㅎㅎㅎ
롯데리아 가서
소고기 햄버거 두개와
치킨 세조각 콜라 두컵을 사서 들고 팔짱을 끼고 경기장에 들어 갔다.
딸래미는 월드컵이 있던 그해 3월에
호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월드컵을 보지 못했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아빠 디따 멋있다~ 아! 나는 월드컵도 못보고"
그래서 내가 그때 그 함성 그 감동 그 희열을 회상하면서 경기를 보라고 했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딸래미는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오늘은 대구FC의 조광래 감독과
FC서울의 귀네쉬 감독의 대결이었다.
조광래 감독은 한때 국가대표 미들필더로 명성을 날렸으며
은퇴 후에는 FC서울의 전신인 안양LG 감독을 했었다.
조광래 감독으로써는 친정팀과의 대결인 셈이고
FC서울 귀네쉬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터기 감독으로
우리나라와 3.4위전을 치뤘던 그 감독이다.
처음10분정도 게임을 보면서
선수들 몸 놀림을 보면 누가 이길거라는 것을 알수 있는데
대구 선수들의 몸 놀림이 가벼운게 대구가 이길것 같은 예감이 들었었다.
결과는 대구의2;1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 후에도 팔짱을 끼고
아래층에 있는 홈에버 마트에 들러
볶음멸치.냉면.스파게티.이오.아몬드.선엎사과맛.우유 등 등 한 보따리를 샀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데이트 였다.
딸래미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