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자 친구에게 보냈던 메일/비(Rain)
ㅇㅇ아 보아라~
"형주야! 나는
색깔이 너무 많은데 없는 척하는 네가 너무 좋다."
언젠가 네가 내게 했던 말이다.
그래 난 네 말처럼 어쩜 색깔이 많은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색깔이 있는데도 그것을 신앙이라는 울타리에 가둬 두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내가 마눌과 별거하고 있을 때 울 엄마가 충격적인 말씀을 했었다.
울 엄마가 교회 다니시기 전에 점 집에 자주 가셨었는데
점쟁이들이 우리 외할아버지 사주팔자하고 나하고 똑같다고 말하면서
그 아들은 교회 다니길 잘했다고 하면서 교회를 안 다녔으면 무지 바람피우며 살았을 거래.
울 외할아버지가 무지 바람둥이셨다더라.
우리 엄마가 아는 여자만도 20명이 넘는데.
결국, 수많은 돈 다 없애고
추운 겨울날 어느 집 처마 밑에서 돌아가셨데.
그런 내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아내와 별거를 시작하고 일 년 후 어떤 여자를 만났었다.
얼굴도 마음씨도 예쁘고 사고도 너무 잘 맞고 속 궁합도 정말 금상첨화였다.
그래서 아이 둘을 둔 35살에 인생을 바꾸려 했었다.
마눌과 이혼하고 재혼하려고 날짜도 잡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울 엄마 어린 날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서 난 그 여자를 달랬다.
인생이 황혼길에 접어들었을 때 후회할 일을 하지 말자고
우리 둘만 아프고 많은 사람 아프게 하지 말자고 했더니
이제와서 날 더러 어쩌라고 하면서 막 울더라.
후회해도 괜찮다고 어떠한 어려움이 다가와도 참고 견디면서 살아 가겠노라고 하더라,
결국 우린 아픈 이별을 선택했었다.
그 후 그 여자는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는 무너진 신앙과 가정과 사업을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
살면서 결심한 것은 다시는 한눈팔지 않겠노라고 결심하며 수많은 유혹을 뿌리치며 살아왔다.
지난 14년 세월을 오직 앞만 보면서 어찌 달려온 지 모르겠다.
때론 유혹 앞에서 수 많은 갈등이 생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잘 이겨내며 살아왔다.
앞으로도 그리 살아갈 거다.
남자에게 있어서
유혹을 뿌리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신앙의 힘을 빌리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고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ㅇㅇ아!
우리 그냥 좋은 친구로 살아가자.
네 남편과 내 아내와
내 자식들과 네 자식들에게 또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 친구로 말이야.
그리고 널 무지 힘들게 한다는 네 남편은 그대로 인정해 줘라.
그러는 저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월에 기대를 거는 수밖에.
오늘도 나는 이렇게
내가 말하는 교과서 같은 재미 없는 말 만 늘어놓았다.
차가운 날씨 건강해라.
2007년 11월 29일 친구 형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