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황사 가는 길/비(Rain)
불광역에서 구기 터널로 가다가
구기 터널 입구에서 좌측 계곡으로 쭉 올라 가면 각황사가 있다.
각황사 가는 그 길엔 언제나 바람이 운다.
불광사에서 올라 오는 바람이 족도리봉과 향로봉 사이 계곡을 타고 넘어서
운무속에 졸고 있는 나뭇잎들의 새벽 잠을 깨운다.
각황사 스님의 새벽 예불 목탁소리에
10년 동안 사법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진다.
요번엔 합격해야 할텐데 또 낙방하려나.
인생사 뭐 그리 길다고
저기 저리 쳐박혀 10년 세월을 허비하고 있을까.
사법고시 합격해서 검사 판사 되어도
법대로 판결도 못하고 법대로 살지도 못할거면서.
각황사 가는 길
벤취에 걸쳐 놓은 허름한 배냥과 지팡이가
오늘은 왠지 더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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