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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먹고 사는 중년

아버지와 바나나

 

 

 

아버지와 바나나/비(Rain)

 

 

난 초등학교 6학년2학기때 서울로 전학을 왔었다.

교육열이 높으셨던 아버지 때문에 서울로 유학을 온것이다.

아버지는 농사를 지으시면서도 전국 오일장을 다니시면서 옷장사를 하셨다.

전남 장성에 황룡장이 서는 날이면 학교 파하고 꼭 황룡장엘 갔었다.

나에게는 어릴적 얼마나 설레이고 좋은 날이였던지 그날은 아버지가 순대국도 사주시고  맛난 과자도 많이 사주시기 때문이다.

해가 지고 어둑해 질때면 옷을 차곡 차곡 쌓아서 햇빛이나 비 내리는날 비 막이로 쳤던 포장으로 싸서 커다란 짐덩어리로 만들었다.

그때 보았던 마디 마디가 다 갈라진 아버지의 손!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손마디 마디를 반창고로 감으시고 그 큰 짐 보다리를 빌려온 도라꾸(트럭)에 실었다.

짐을 다음 오일장으로 보내고 황룡강 뚝길을 걸어 집에 오는길에 아버지는 늘 내게 말씀하셨다.

"우리 형주는 공부 열심히 해서 커서 아부지처럼 오일장에서 힘들게 장사하지 말고 큰 사업을 하는 장사꾼이 되거라"라고 말씀하셨다.

그 꿈을 키워 주시려고 아버지는 힘든 결단을 하시고 그 살기 힘든 시절에

몇백평 농토와 황룡강이 바라다 보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작은 마을의 초가집을 팔고

어머니와 4명의 아들과 딸아이를 거느리고 지금의 불광동 연신내에 터를 잡으셨다.

큰아버님이 지금의 천호동에 사셨는데 주일이면 가끔 그 곳에 가는 즐거움이 있었다.

불광동에서 천호동을 가려면 지금의 동대문 디자인쎈타 앞에서(구 동대문 운동장 앞) 버스를 갈아 탔었다.

나는 시골에서 올라와서 버스만 타면 매연 냄새 때문에 차 멀미를 아주 심하게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서울 시내의 많은 것들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차 멀미를 심하게 해서 늘 토하곤 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위해 손수건과 비닐 봉지를 늘 주머니속에 넣어 주셨다.

그래도 천호동 큰 아버지집 가는 것을 포기 할수 없었던 것은 바나나때문이였다.

버스를 갈아 타려고 동대문 운동장 앞에 내리면 아버지는 꼭 노오란 바나나를 한개씩 사주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던 바나나!

결국은 차 멀미 때문에 다 토해내고 말지만 그래도 그시절엔 무척 비싼 과일이였고 시골아이들은 평생 한번 먹어 보지 못하는 바나나였다.

 내게 그 비싼 바나나를 사주시던 아버지는 이제 늙으셔서 89세가 되었다.

작은 형님하고 같이 사시는데 요즘은 노환으로 가끔 몸져 누우시기를 반복한다.

병원에 모시고 가서 진찰을 받았더니 아무 이상은 없고 연세가 너무 많으셔도 노환이라고 하면서 링겔(포도당)주사를 맞쳐 주었다.

잘 걷지도 못하고 음식도 먹기 싫다고 하시더니 링겔을 맞고 나더니 배고프다 하셔서 식당에 모시고 가서 맛난 음식을 사드렸더니 밥 한그릇을 다 드셨다.

20일 가까이 매일 아침 출근하기전에 들러서 아침 식사를 챙겨 드렸더니

어제는 혼자 걸어서 이발도 곱게 하시고 목욕도 혼자 하고 오셨단다.

아주 건강해 지셔도 걸음도 잘 걸으신다.

 20일 동안 매일 바나나 한개씩을 드렸다.

바나나를 처음 사가지고 간 날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오메 뭔 비싼 것을 이리 많이 사왔다냐"

"아버지 요즘은 바나나 안 비싸요 이거 몽땅 3.000원 주고 샀어요"

"그래 그렇게 싸다냐"

한개를 껍질을 까서 드렸더니

"아이구 맜있다"하시면서 맛있게 드셨다.

그때 내가 말했다.

"아버지 저 12살때 천호동 큰집 가면서 버스를 갈아 탈려고 동대문 운동장에 내렸을때 아버지가 꼭 그 비싼 바나나 한개씩 사 주셨잖아요"

"그랴~ 차말로 그때는 정말 귀하고 바싸기도 했씨야"

"아버지 저는요 지금도 어디가서 바나나만 보면 아버지 생각이 나요"

"그러냐"라고 말씀 하시면서 주름진 얼굴로 해 맑게 웃으신다.

나는 아버지가 천국에 가신 후에도 바나나를 볼때마다 그날의 아버지의 해 맑은 미소를 잊을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 오래 오래 사세요.

 

 

 

                                                                                                                                                              5월8일 어버이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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