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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아버지·어머니

아버님전상서

 

 

 

아버님 전상서/비(Rain)

 

아버지!!

89년 세월이 삼켜버린

아버님의 육신을 볼때 실로 인생의 허무함을 또 느낍니다.

15년전 어머님을 땅에 묻으면서 느꼈지만

더 더욱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진리를 오늘 또 깨닭았습니다.

 

아들 넷에 딸 하나!

4남1녀!

모진 세월 자식들 키우느라

오직 정의와 싸우셨던 힘없고 늙은 아버지를

결국 곁에 모시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데로 요양원에 버리고 왔습니다.

현대판 고려장을 치루고 왔습니다.

아버지!

잠이 오질 않습니다. 

못난 셋째 아들을 용서하세요~

용서하세요~용서 하세요~~용서 하세요~~~!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던 큰 며느리

큰 형수님 대장암으로 앞 세우고

아버지가 손수 중매하셔서 제일 이뻐하시던

전라도 며느리 작은 형수님 위암으로 먼저 앞세우시고

경상도라 싫어 하셨던 막내 며느리 이혼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셋째 며느리는

키가 작고 경상도라 싫다고 그렇게도 반대하는 결혼해서

결혼하자 마자 아버지가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시집 살이를 시키시며 셋째 며느리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아픔과 한을 왜 그렇게도 많이 만드셨어요?

 

제가 결혼하겠다고

셋째 며느리 아버님께 첫 인사하고 돌아간 날

안방에서 데굴 데굴 구르시면서

"세상에 아들 넷중에 내가 너하나 믿고 살았는데

여자나 아니나 주먹만 해 가지고  궁뎅이는 저렇게 작아서 애나 제대로 낳겠냐"고

하시면서 방바닥을 손으로 치며 절대 허락할수 없다고 울먹이시던 아버지를 전 지금도 기억합니다.

 

제가 셋째 아들이지만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하면

부모님을 꼭 모시고 살고 싶은데 모시고 살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모시고 살겠다고 해서 결혼 했는데

아버님이 셋째 며느리 가슴에 박으신 못 때문에 평생 힘들게 살아야 했던 제 마음 아시는지요?

 

결국 사업의 어려움과

부모님 문제로 별거와 이혼으로 5년 세월을 방황하다가

제 자식들 때문에 방황을 접고 집에 돌아와

단 한번도 부모님 문제를 아내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면 또 싸워야 하고 또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였습니다.

결국 아내는 일년에

명절날 2번과 어버이날,아버님 생신날 외에는 발 길을 끊고 살았지요.  

 

아버지!

자기 부모 안모시고 싶은 아들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세상이 이제 많이 변했습니다.

아들은 모시고 살고 싶어도 며느리는 싫어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아내와 아버지 문제로 더 이상 싸우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자기도 늙고 병들면 가슴에 상처가 치료 될테니까요.

아픈 상처 때문에 아버님을 곁에 모시지 못하는 셋째며느리 마음도 이해해 주시고 용서해 주세요.

 

아버지!

제가 중학교 다닐때

큰 아버지 빛보증으로 전 재산 다 날리고

하시던 사업도 어려워져 아버님이 건설회사에 다니실때

현장 소장이 공사장에 철근하고 시멘트 좀 빼다 팔아서 나누어 쓰자고 했을때

자식들 학교 등록금 때문에 많은 시간을 고민하시다가 결국 거절하시고 

어려움을 당하시면서 너무 억울 하시다면서

많은 세월을 눈물로 보내시던 아버님을 전 지금도 기억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도

불의와 타협해야 할때가 있을때

아버님의 그때를 생각하며 거절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전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이 얼마나 깨끗한 인생을 사셨는지요.

평생 술을 입에 안대시며 정이 너무 많으셔서

자기 자식들도 굶기면서도 못 사는 형님들 도와 주면서

형님 자식들 다 우리 집에 데려와 먹이고 입히고 재우니

어머니가 너무나 힘이 들어서 가끔 어머니와 싸우시는 건 보았어도

여자 문제로 한번도 어머니와 싸우는 것을 전 못 보았습니다. 

비록 남들이 보기엔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삶이었지만

전 아버님을 존경합니다.

불의와 싸우시면서 한 평생을 깨끗하게 사신 삶을 존경 합니다.

저도 죽는날까지 가슴에 아버님의 깨끗했던 삶을 품고

그렇게 살아 가겠습니다.

 

아버지!

언제 천국 가실지 전 잘 모르지만

이제 아버님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저를 슬프게 합니다.

하루에 한번은 꼭 아버님 뵈러 가겠습니다.

 

2012년6월18일 새벽에

셋째아들 형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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