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상봉/비(Rain)
아침 일찍 일어난 아내는 주방에서 분주하다.
어제 아버님을 뵙고 돌아 오면서 흐느껴 울더니 마음의 상처가 다 치유 됐나 보다.
잣죽을 끓이고 아버님이 좋아하는 짭짤한 조기조림과 두부조림을 해서
아침을 먹고 출근하는 나의 손에 소핑백 하나를 쥐어 주면서 회사 가기전에 아버님한테 들려서 가란다.
아버지 좋아하는 조기와 두부조림 잣죽을 쑤었다고
밥을 못 드신다는데 요양사님께 점심때라도 드시게 하라고 하란다.
사업장은 요양원과 차로 2분 거리로 매우 가깝다.
버스로는 3정거장이다.
자주 찾아 뵙기 위해서 가까운 곳에 모셨다.
요양원에 도착해서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을 감고 조용히 누워 계셨다.
"아버지"하고 부르니 눈을 살며시 뜨더니 그새 울먹이신다.
"아침은 좀 드셨어요"하고 여쭤 보니 고개만 끄덕이신다.
"아버지 셋째 며느리가 아버지 밥 못 드신다고
조기 조림하고 두부 조림 그리고 잣죽 쑤어줘서 가지고 왔어요 이따 점심에 다 드세요"
말씀 드렸더니 고개만 끄덕이신다.
원장님 어머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어르신은 잘 걷지만 못하시지
말씀도 잘하시고 말도 잘 알아듣고 아주 정상이예요"하신다.
그러면서"어르신 나를 딸 삼으신다고 하셨죠 이제 저하고 여기서 오래오래 같이 살자고 아까 약속 했지요"라고 물으니 고개만 끄덕이신다.
원장님 어머님과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물어 보았다.
링거를 맞을수 있냐고 물었더니 간호사가 있으니 가능하다고 하시면서
밥을 못 잡수시니 밥 맛을 돌게하는 삐꼼주사를 맞추면 어떻겠느냐고 물으신다.
간호사하고 의논해서 전화 해 달라고 말하고 아버님께 작별을 고하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어서 요양원을 못 들르고
약속 장소에 갔다가 너무 늦어서 집으로 왔다.
저녁은 잡수셨는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걱정이다.
내일 아침에 출근길에 또 들렀다가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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