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만남/비(Rain)
2012년6월23일 토요일 오후1시
회사 근처에 있는 요양원에 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딸 미경이와 아들 영준이가 회사로 왔다.
오후1시30분 요양원의 만남이 마지막이 될줄이야~
손녀 딸 미경이를 보더니 눈물을 흘리시는 아버지!
안그래도 눈물이 많은 딸래미 엉 엉 운다.
한바탕 울음 바다가 지나고 웃고 장난하고 긴시간 많은 대화를 했다.
밥맛을 돌게 한다는 링거 주사를 맞고 기력을 찾으셨는지 도릿또릿 해지셔서
"아이고 이제 좀 힘이 나고 살겠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상체를 일으켜 앉히라고 하시더니
창밖의 전봇대를 가르치면서 "저기 새가 와서 앉아 있다"고 해서 같이 내다 보았더니
전봇대에 전깃줄을 붙잡아 맨 고리가 꼭 새처럼 보였다.
나를 부르시더니
어젯밤에 꿈을 꾸셨는데 아버님이 태어나신 전남 영광에 다녀 오셨단다.
얼마전 교통사고로 돌아 가신 아버님 친구 존함을 거론하면서 그분을 만나셨단다.
"아버지 그분 돌아 가겼잖아요" 했더니 아 그렇지 하신다.
예감이 좀 이상했다.
그렇게 몇시간을 같이 보내고
"아버지 내일 예배드리고 아버지 보시던 TV 가지고 올께요"
그 요양원 방에는 티비가 없고 마루에만 있어
거동이 불편하시니 티비를 가져 와도 되냐고 물었더니 된다고 해서 티비를 가져 오기로 했다.
"어 그래라 잘가라"
"할아버지 다음 주말에 또 올께요"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우린 집으로 돌아왔다.
2012년 6월24일 주일날 아침 8시
휴대폰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여기 요양원인데요 할아버지가 호흡 곤란을 일으키셨어요
자주 가시던 병원이 어디죠? 거기고 긴급 후송해야 할것 같아요"
"네 일산에 가면 일산병원이라고 있어요"
"지금 응급차 왔으니 일산병원으로 갈테니 거기로 바로 오세요"
8시30분쯤 정신 없이 병원에 도착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괴로워하시는 아버지 손을 붙잡고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담당의사가 부른다.
6년전에 한달 가량 입원하셨는데 그 병이 도지신듯 했다.
페에 물이 차는 페수종증?
폐렴증세도 있고 급성 심근경색에다 심장도 안좋고 하니
목에 구멍을 뚫어 산소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로 옮겨 적극적인 치료를 할건지 아니면 그냥 응급처치만 할건지 빨리 결정을 하란다.
적극적인 치료를 했을때 소생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소생은 불가능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서 생명만 연장한다고 했다.
형님들과 동생들에게 전화를 해서 소생이 불가능한데 적극적인 치료 보다는 응급처치만해서 그냥 임종을 맞는 걸로 합의를 했다.
작은형님이 도착하고 큰형님 그리고 막내 남동생 여동생까지 차례로 다 도착을 했다.
주일이라 병원근처 교회에 가서 오후1시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오후 1시30분에 아버님이 4인 병실로 옮겨졌다는 문자가 왔다.
예배후 병실에 가보니 4인실에 옮겨진 아버지는 더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4남1녀 자녀들 며느리 3명 사위 1명
손자5, 손녀2, 외손녀2 유일한 증손녀 예린이까지 아버님 가계의 후손들이 다 모였다.
좀전에 담당의사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말하고 돌아 갔단다.
"아버지"하고 부르니 아버지가 눈을 번적 뜨셨다.
나는 가뿐 숨을 몰아쉬는 아버지 귀에 입을 대고 마지막으로 말을 했다.
"아버지 천국 가서 만나요! 천국가서 만나요! 천국가서 만나요! 먼저 가셔서 엄마 만나서 같이 기다리세요"
병실은 또 한바탕 눈물 바다가 되었다.
나는 계속 방언으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 육신의 아버지 "김수열" 집사님의 영혼을 받으소서
이제 다시는 눈물이 없고 슬픈것이나 아픈것이나 곡하는 것이 없는 영원히 영원히 기쁨만 있는 그곳에 가게 하소서"
그리고 마음속으로 찬양을 했다.
"천국에서 만나보자 그날 아침 거기서......................................."
마음이 편안했다.
2012년 6월24일 밤11시45분
아버님은 89세를 일기로
너무나 편안하게 주무시는 모습으로 천국에 가셨다.
"아버지 천국에서 만나요!"
할아버지 팔을 주므르는 아들~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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