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 밤에는 가을을 제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렸다. 빗속을 뚫고 가슴에 와 부딪치는 귀뜨라미 우는 소리는 어찌나 서럽던지 너를 더 더욱 그립게 했었다.
영준아! 군대 간다고 머리를 빡빡 깍았는데 어쩜 머리통이 그리도 예쁘게 생겼는지.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보는 사람마다 "야 고녀석 머리통 한번 참 잘생겼네" 하더라. 얼굴도 잘생겼고.ㅎㅎㅎ
네 누나 얼굴 넙적하다고 네 엄마가 유난히도 공을 들인 덕이겠지. 네 누나는 엎드려서 재우면 똑바로 누이라고 울었는데 너는 너무 엎드려 자는것 같아 불쌍해서 똑바로 누이면 엎드려 누이라고 울고 난리였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네 빡빡 깍은 머리로 싱긋이 미소 짖던 모습이 눈 앞에 선하다. 지금 시간이 밤 11시니 너는 점호하고 잠자리에 누워서 곤한 잠을 자겠구나.
엄마는 널 논산훈련소에 두고 온날 부터 늘 네 걱정이다. "하루에 다섯끼를 먹던 아이가 주는거 세끼 먹고 어찌 사나? 물을 유난히도 많이 마시는데 물 못 억어서 어쩌나? 땀을 많이 흘려서 쌰워를 자주해야 하는데 얼마나 답답 할까? 그래도 잘하고 있겠지 그래 우리 아들 잘 할거야" 그러면서 두눈에 그새 눈물이 고인다.
아빠는 어! 가슴으로 울지.ㅎㅎㅎ
영준아! 사람이 살아 가면서 지난날을 돌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가 언제냐면 고난 가운데 처해 있을때다. 고난 가운데 있을때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이 왔나? 뒤를 돌아 보면 고난 받을 짖을 하고 살았던것을 개닫게 된다. 그래서 지난날을 회개하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게 되는 것이다. 고난은 사람을 더 성숙하게 만들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어쩌면 너는 네가 잘못해서 고난 받는 고난이 아니고 대한 남아라면 누구나 젊은 나이에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속에 있다. 이왕하는 군대 생활 열심히 보람차게 하기 바란다. 길다면 길고 짧다는 짧다고 할수 있는 2년이란 세월을 즐기거라.
훈련 받는 동안 네 삶을 뒤 돌아 보고 다시 새롭게 도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나온 21년 삶 가운데 실패하고 좌절하고 가슴 아팠던 일들일랑 논산 훈련소 연병장에 다 묻어 버리고 새롭게 다시 태어 나가라.
모두 다 논산에 묻어 버려라.
아빤 널 믿는다. 모든것 떨쳐 버리고 새롭게 거듭 날거라는 것을...........
밤이면 날씨가 제법 차다. 모포 차지 말고 잘 덮고 자라. 즐기는 군대 생활 하길 바라면서~
2006년 가을에 서울에서 널 사랑하는 아빠가~
|
'아빠의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그리움의 반쪽 (0) | 2007.09.11 |
---|---|
살을 도려내는 아픔! (0) | 2006.12.06 |
기다림 (0) | 2004.12.28 |
보고 싶다. (0) | 2004.12.09 |
너를 향한 그리움은 (0) | 200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