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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먹고 사는 중년

비와 소년 그리고 황룡강

 

 

 

 

비와 소년 그리고 황룡강  /비(Rain)

 

 

장맛비가 내리자

교실 스피커로 기산리 사는 아이들은 운동장으로 모이란다.

비가 많이 오면 황룡강이 범람하여 집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 복도에서 웃통을 벗고 책보에 싼 책이 젖을까 봐

엑스자로 등에 짊어지고 가슴 쪽에다 단단히 묶고 그 위에 옷을 입었다.

그래 봤자 소용없는데.

나는 아버지가 토끼 두 마리가 방아를 찧는 그림이 새겨진

가죽 가방을 사 주셔서 책보를 등에 짊어질 필요가 없었다.

어디론가 끌려가는 피난민들처럼 쭉 줄을 서서 황룡강으로 향한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황룡강 읍내 쪽 둑에 도착했다.

아버지들이 건너와서 자기 자식들을 업고 강을 건널 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 작은 철 다리는 떠내려가고 없다.

황토물이 삼켜 버릴 것 같은 황룡강을 아버지 등에 업혀서 건너간다.

아버지가 넘어지면 어떡하지 소년은 눈을 꼭 감고 아버지 등에 껌딱지 같이 딱 붙어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 6년을 비가 내리는 여름 장마철이면 그 일을 반복했다.

6학년2학기때 서울로 유학 오던 그해 여름에 보위에 튼튼한 시멘트 다리가 놓였다. 

비가 내리면 중년이 된 소년은 비를 맞고 황룡강을 향해 걷는다.

벌써 물이 많이 불어났네.

어떻게 집에 가지 하다가도

보위에 있는 시멘트 다리를 보고 싱긋이 웃는다. 

중년 남자의 가슴속에 비는 아름답고도 무서운 추억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 밤이면 그때 일을 그대로 꿈꾸곤 한다. 

 

 

 

 

70년대 황룡강 모습~햐! 저 민둥산 좀 봐~ㅋㅋ

 

 

현제 다리 모습 

 

내가 태어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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